
일라이 릴리: 시간을 파는 회사의 100년 집념
제약회사는 당신의 인생에 언제 등장했나요?
아마 대부분은 아플 때일 겁니다.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프거나, 잠을 못 자거나.
그런데 어떤 회사들은 조금 다른 타이밍에 등장합니다. 당신이 아직 아프지 않았을 때, 혹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그런 회사입니다.
1923년, 이 회사는 인슐린을 상업화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죽어가던 시절, 살 수 있는 시간을 판매한 것이죠. 1950년대엔 항생제로, 1980년대엔 프로작(Prozac)이라는 항우울제로 역사에 등장했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약인가?" 그리고 10년 후 답했죠.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이 회사는 늘 그랬습니다. 너무 일찍 시작해서, 너무 늦게 이해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그 순간이 왔습니다.
다만 이번엔 두 개의 전혀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하나는 모두가 보는 미래—비만 치료제.
다른 하나는 거의 아무도 안 보는 미래—알츠하이머.
2026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두 개의 선택이 왜 하나의 전략인지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이 회사를 제대로 보는 첫 번째 질문입니다.
① 비만 치료제 이후의 파이프라인 연결
젭바운드와 먼자로가 2024~2025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하지만 2026년 이후를 보려면, 이 약들 이후에 무엇이 나올지를 봐야 합니다. 경구용 GLP-1 제제, 더 강력한 조합 요법, 다른 적응증 확장 등이 연결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히트 상품 하나에 의존하는 회사와, 파이프라인이 계속 이어지는 회사는 완전히 다른 투자 대상입니다.
② CNS(뇌) 연구의 의미
치매 연구는 단기 실적에 기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라이 릴리가 단순히 주가 관리에만 집중하는 회사라면 CNS 연구를 접었을 겁니다. 그런데 안 그랬다는 건, 이 회사가 여전히 '과학자의 회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10년 후에도 살아남습니다.
③ 규제·보험·국가 재정과의 관계
비만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는 둘 다 '국가 재정'과 직결됩니다. 보험 급여 인정 여부, 약가 협상, 정치적 논쟁 등이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2026년 이후 미국 및 주요 국가들의 헬스케어 정책 변화, 보험사들의 급여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좋은 약'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④ '히트 상품 회사'가 아닌 '플랫폼 제약사'로의 진화
일라이 릴리를 '다이어트약 회사'로만 보면 안 됩니다. 이 회사는 대사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면역 질환 등 여러 축을 동시에 운영하는 플랫폼 제약사입니다. 하나의 제품이 실패해도 다른 축이 버티는 구조인지, 아니면 한 개 제품에 모든 걸 걸고 있는 구조인지를 구별하세요. 일라이 릴리는 전자에 가깝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왜 이렇게 집요할까?
일라이 릴리를 이해하려면 이 회사가 얼마나 느리고 집요한 회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인슐린을 상업화한 게 1923년이지만,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한참 후입니다. 중추신경계(CNS) 약물 연구에 뛰어든 건 1950년대인데, 제대로 된 히트 상품이 나온 건 1988년 프로작이 출시되면서였습니다. 거의 40년을 기다린 겁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연구는요?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완성'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습니다.
이 회사는 과학자들이 실패를 '버리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제약사들이 임상 3상 실패 소식에 주가가 폭락하고 연구를 접을 때, 일라이 릴리는 데이터를 쌓습니다. 실패가 쌓이면, 다음 실패의 비용이 줄어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과학자의 실패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 됩니다. 실패의 기록이 많을수록 다음 실험의 확률은 높아지는거죠. 릴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견디며, "왜 안 됐지?"를 수십 년 동안 물어온 회사입니다. 그리고 그게 자산이 됩니다.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먼자로(Mounjaro)가 갑자기 뜬 게 아닙니다. GLP-1 연구는 20년 넘게 해온 일이고, 이 회사는 단순히 '살 빼는 약'을 만든 게 아니라 '대사 질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연구해온 겁니다. 그리고 치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년간 실패를 쌓아온 회사만이 지금 시장에 남아 있습니다.
집요함이 회사의 성격이라면, 일라이 릴리는 가장 집요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다이어트약 이야기: 모두가 보는 미래
자, 이제 모두가 아는 이야기입니다.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먼자로는 GLP-1 계열 약물입니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였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극적이어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았죠. 그런데 중요한 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약이 연결하는 산업의 크기입니다.
비만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닙니다.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는 만성 질환의 출발점입니다. 미국에서 비만 관련 의료비는 연간 약 1,7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보험사들이 이 약을 보험 급여로 인정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약이 더 싼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라이 릴리는 이 시장에서 왜 오래 남을 수밖에 없을까요?
첫째, 이 회사는 단일 제품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먼자로는 당뇨병 치료제, 젭바운드는 비만 치료제지만 실은 같은 성분(tirzepatide)입니다. 하나의 연구가 두 개의 시장을 여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미 차세대 파이프라인—경구용 제제, 더 강력한 버전—이 준비 중입니다.
둘째, 이 회사는 '대사 질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 이후에도 당뇨병 합병증, 지방간, 심혈관 질환 등 연결 가능한 적응증이 수십 개입니다. 하나의 히트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중입니다.
물론 경쟁사도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 시장은 '승자 독식'이 아닙니다. 비만 인구는 미국만 1억 명이 넘고, 글로벌로는 수억 명입니다. 이 시장은 두 개 회사가 나눠 먹기엔 너무 큽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일라이 릴리는 이 약을 '체중 감량 제품'으로 보지 않습니다. '시간을 늘리는 도구'로 봅니다. 그리고 그게 이 회사의 다음 선택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치매 이야기: 아직 잘 안 보이는 미래
알츠하이머는 제약 산업에서 가장 큰 무덤입니다.
수십 년간 수백억 달러가 투입됐지만, 성공한 약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손을 뗐습니다.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불확실하고, 실패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라이 릴리는 여전히 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023년, 일라이 릴리는 도나네맙(donanemab)이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지 기능 저하 둔화'였습니다. 완치는 아닙니다. 극적인 회복도 아닙니다. 그냥 '조금 더 천천히 잊게' 만드는 약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할까요?
알츠하이머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이 넘고, 2050년엔 1억 3,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선택적 질병'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보험, 국가 재정까지 흔드는 질병입니다.
일라이 릴리가 치매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회사는 '만성 질환과 노화'라는 두 개의 축을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는 중년의 시간을 늘리고, 치매 치료제는 노년의 시간을 늘립니다. 이 두 개가 연결되면, 일라이 릴리는 단순히 '약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인간의 수명 곡선을 다시 그리는 회사'가 됩니다.
물론 리스크는 큽니다. 도나네맙이 FDA 승인을 받더라도, 보험 급여 인정 여부, 부작용 모니터링, 실제 처방률 등 변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라이 릴리는 이미 40년을 기다린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게 '조금 더 기다리기'는 익숙한 일입니다.
2026년을 바라보는 투자 전략
그렇다면 2026년을 바라보는 지금, 일라이 릴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주가 예측은 하지 않겠습니다. 목표가도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 회사를 '들고 간다'는 선택을 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네 가지 포인트를 드리겠습니다.
① 비만 치료제 이후의 파이프라인 연결
젭바운드와 먼자로가 2024~2025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하지만 2026년 이후를 보려면, 이 약들 이후에 무엇이 나올지를 봐야 합니다. 경구용 GLP-1 제제, 더 강력한 조합 요법, 다른 적응증 확장 등이 연결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히트 상품 하나에 의존하는 회사와, 파이프라인이 계속 이어지는 회사는 완전히 다른 투자 대상입니다.
② CNS(뇌) 연구의 의미
치매 연구는 단기 실적에 기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라이 릴리가 단순히 주가 관리에만 집중하는 회사라면 CNS 연구를 접었을 겁니다. 그런데 안 그랬다는 건, 이 회사가 여전히 '과학자의 회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10년 후에도 살아남습니다.
③ 규제·보험·국가 재정과의 관계
비만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는 둘 다 '국가 재정'과 직결됩니다. 보험 급여 인정 여부, 약가 협상, 정치적 논쟁 등이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2026년 이후 미국 및 주요 국가들의 헬스케어 정책 변화, 보험사들의 급여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좋은 약'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④ '히트 상품 회사'가 아닌 '플랫폼 제약사'로의 진화
일라이 릴리를 '다이어트약 회사'로만 보면 안 됩니다. 이 회사는 대사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면역 질환 등 여러 축을 동시에 운영하는 플랫폼 제약사입니다. 하나의 제품이 실패해도 다른 축이 버티는 구조인지, 아니면 한 개 제품에 모든 걸 걸고 있는 구조인지를 구별하세요. 일라이 릴리는 전자에 가깝습니다.
리스크: 이 회사를 들고 간다는 것은
물론 리스크도 명확합니다.
첫째, 비만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과열되어 있습니다.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고, 만약 차세대 파이프라인에서 예상보다 낮은 효과가 나온다면 조정이 올 수 있습니다.
둘째, 임상 실패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특히 알츠하이머 같은 고위험 연구는 마지막 단계에서도 뒤집힐 수 있습니다.
셋째, 정치적·제도적 리스크가 큽니다. 약가 인하 압박, 보험 급여 제한, 국가별 규제 강화 등은 실적에 직접 타격을 줍니다.
하지만 이 리스크들은 '이 회사가 망할 것이다'가 아니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클 것이다'를 의미합니다. 일라이 릴리를 들고 간다는 것은 결국, 이 회사가 10년 후에도 여전히 '인간의 시간을 늘리는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베팅하는 일입니다.
결론 : 시간을 파는 회사
일라이 릴리는 살을 빼는 회사가 아닙니다. 인간의 시간을 늘리려는 회사입니다.
비만 치료제는 중년의 시간을 늘리고, 치매 치료제는 노년의 시간을 늘립니다. 이 두 개가 연결되는 순간, 이 회사는 단순히 '약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수명 산업'의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그게 2026년 이후, 이 회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입니다.
2026년을 바라보는 당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 당신은 일라이 릴리를 '히트 상품 회사'로 보고 있나요, 아니면 '플랫폼 제약사'로 보고 있나요?
- 이 회사가 10년 후에도 여전히 '집요한 회사'일 것이라고 믿나요?
- 당신은 변동성을 감내하면서, 인간의 시간이 늘어나는 데 베팅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회사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겁니다.
이전이야기~ 팔란티어
한 종목, 한 이야기 ① 팔란티어 (PLTR), 정보가 무기가 된 순간
팔란티어(PLTR), 정보가 무기가 된 순간전쟁에서 총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더 강력한 미사일? 아니면 더 많은 병력일까요?2011년 5월,
milebymind.com
'돈이 되는 정보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년 1월 공모주 단 2개, 오히려 더 중요한 이유 (삼성스팩13호·덕양에너젠) (2) | 2026.01.02 |
|---|---|
| 2026년 증권거래세 인상, 단타 투자자만 손해일까? (6) | 2025.12.30 |
| 해외주식, 수익보다 먼저 알아야 할 '보이지 않는 비용들' (2) | 2025.12.28 |
| 주사 안 맞고 살 빼는 시대 _ 위고비 알약 FDA 승인 완전 분석 (9) | 2025.12.24 |
|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 자식 소득 때문에 탈락했던 분들 꼭 보세요 (5) | 202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