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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와인한편의철학2

[연재: 한 잔의 와인, 한 편의 철학] ⑤ 리슬링과 에리히 프롬 성과의 시대에 존재로 쉰다는 것 – 리슬링과 에리히 프롬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불을 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은 집에 도착했는데 마음은 아직 회사에 남아 있는 것만 같다. 미처 끝내지 못한 기획서, 답하지 못한 메신저 알림, 내일 아침 회의 준비.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할 일 목록이 돌아간다. 냉장고를 열어 리슬링 한 병을 꺼냈다. 차갑게 칠링된 와인병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유리잔에 따르니 연한 황금빛 와인이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가만히 잔을 들고 향을 맡았다. 시트러스와 청사과, 그리고 희미한 꽃 향. 맑고 투명한 이 한 잔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선다. 쉬고 있는데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저녁. 이런 밤이면 문득 생각한다. 나는 지금, 성과와 역할이 아니라 .. 2025. 12. 11.
[연재: 한 잔의 와인, 한 편의 철학] ③ 소란 속의 중심 – 크리스마스 뱅쇼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연재: 한 잔의 와인, 한 편의 철학] ③ 소란 속의 중심 – 크리스마스 뱅쇼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어릴 적 동네 레코드 가게나 리어카에서 복제 테이프를 팔던 시절엔, 12월이면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캐럴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지금처럼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 시절의 연말은 어딘가 더 흥겹고 들뜬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흥겨움은 사라졌지만, 연말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아니, 어쩌면 더 소란스럽다. 여기저기서 요구되는 모임들, SNS 속 화려한 파티 사진들, 한 해를 정리하라는 압박, 새해 목표를 세우라는 독촉. 크리스마스 트리는 더 크고 화려해졌고, 백화점 쇼윈도는 더 눈부시게 빛나지만, 정작 내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행복해야 할 것 같은 계절. 무언가를 이뤄야 할 것 같은 시간. 그런데.. 202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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