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람들이 말차라떼를 마시는 진짜 이유
카페 메뉴판을 훑다 보면, 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심지어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도 자꾸 눈에 띄는 게 있다. 연한 초록빛 음료. 말차라떼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손에 커피 대신 이 초록색 컵이 들려 있는 걸 자주 본다.
왜 하필 말차라떼일까? 커피도 많고, 달달한 음료도 넘치는데, 굳이 이 쌉싸름한 녹차 음료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말차라떼, 그게 뭔데?
말차라떼는 말차 가루와 우유가 만나 만들어지는 음료다. 말차는 녹차잎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인데, 우리가 아는 녹차처럼 잎을 우려 마시는 게 아니라 가루째로 섭취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녹차보다 진하고, 색도 더 선명한 초록이다.
이 말차 가루에 우유를 부으면,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고소한 우유가 어우러지며 부드러운 초록빛 음료가 완성된다. 첫 모금을 머금으면 살짝 씁쓸하다가도, 곧 입안에 고소함과 단맛이 번진다. 색깔도, 향도, 질감도 무언가 차분하다. 마치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니라, 차분한 시간 한 조각을 들이켜는 느낌이랄까.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전 세계가 말차에 빠졌다
말차라떼의 인기는 일시적인 반짝 트렌드가 아니다. 글로벌 말차 시장은 2024년 약 38억 달러에서 2025년 42억 달러로 약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3년까지 6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만 봐도 이게 얼마나 큰 흐름인지 알 수 있다.
전 세계가 말차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열풍의 중심에는 '디토소비'와 글로벌 셀럽들이 있다.
셀럽들이 만든 말차 열풍: 힙한 선택의 아이콘
헤일리 비버는 자신의 스킨케어 루틴과 함께 말차 라떼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공개했고, 두아 리파는 콘서트 투어 중 말차를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젠데이아는 스타벅스에서 "벤티 아이스 말차 라떼 + 코코넛 밀크" 조합을 주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레시피가 '두아 리파 레시피', '젠데이아 레시피'로 불리며 전 세계 팬들이 똑같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블랙핑크 제니도 유튜브에서 "요즘 커피 대신 말차를 만들어 마신다"고 언급하며 국내 말차 열풍에 불을 지폈다.
이게 바로 '디토소비'다. '나도(Ditto)'라는 뜻에서 나온 이 단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이나 콘텐츠,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그대로 따라가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연예인이 광고하는 걸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아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모방하는 주체적인 추종이다. 좋아하는 스타와 같은 것을 소비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처럼 건강하고 힙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말차는 이런 디토소비의 완벽한 상징이 됐다.
틱톡에서는 '말차 스필(Matcha Spill)' 챌린지가 유행했다. 말차 라떼를 살짝 쏟아 만든 초록색 배경에 자신의 힙한 아이템—명품 가방, 운동화, 책—을 배치해 감성적인 사진을 연출하는 것이다. 틱톡에서 '#matcha' 해시태그가 붙은 콘텐츠는 200만 건을 돌파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41만 건이 넘는 말차 해시태그 게시물이 올라왔다. 말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야"를 보여주는 정체성의 표현이 된 것이다.



말차코어: 음료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이 되다
말차 열풍은 음료에서 멈추지 않았다. '말차코어(matchacore)'는 말차 특유의 진한 초록빛과 차분한 감성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다. 건강하고 깔끔한 이미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컬러감, SNS 인증샷에 최적화된 비주얼 덕분에 패션, 카페, 인테리어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장원영이 착용한 하얀 민소매 원피스와 손에 든 진한 초록빛 말차라떼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룩 전체를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배우 차정원의 연두빛 스니커즈는 손에 든 말차라떼의 컬러와 그대로 이어지면서, 단순한 음료가 아닌 룩을 완성하는 색감 포인트가 된다. 말차코어는 단순히 초록색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말차가 상징하는 웰니스, 미니멀, 힐링 감성을 패션과 일상 전반에 녹여내는 것이다.
패션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말차 신제품 경쟁이 치열하다. CU는 지난 3개월간 10여 종의 말차 신상품을 출시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129.8% 급증했고, GS25는 말차 상품 매출이 약 50배 늘었다. 말차 생막걸리, 말차 아이스크림, 말차 도넛, 말차 롤케이크까지. 이제 말차는 음료를 넘어 디저트, 베이커리, 심지어 주류까지 진출하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문제는 수요가 너무 급증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서 수출된 녹차 8798톤 중 절반 이상이 말차였으며, 이는 10년 전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본 사야마시에서 15대째 차 사업을 이어온 오쿠토미 마사히로는 "세계가 말차에 관심을 가져줘서 기쁘지만 단기간에 수요가 몰리다 보니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라며 당분간 말차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말차 매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현재 말차 부족 사태로 25개 제품 중 4개를 제외하고 모두 품절"이라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양에서도 말차는 이미 메인스트림이다. 호주에서는 맥도날드가 맥카페 공식 메뉴에 '말차 라떼', '아이스 말차 라떼', '아이스 스트로베리 말차 라떼'를 정식 런칭했다. 맥도날드 직원은 "맥카페에서 판매되는 카페 음료 중 커피가 60%이고 말차 음료가 40%로, 말차가 빠르게 주력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의 나라 호주에서 말차가 커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로컬 카페에 이르기까지 말차 음료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말차 라테가 일반 커피 라테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꼽히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독일로 수입된 말차가 약 240톤에 달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독일의 인기 여성 래퍼 시린 데이비드가 2024년 발표한 여름 히트곡의 첫 가사에서 '아이스 말차 라떼'를 언급하며 틱톡 등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동남아시아와 아시아 전역에서도 뜨겁다. 아시아 태평양은 일본과 함께 말차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남아 있으며, 중국, 한국,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 말차 기반 제품의 인기가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에서 '말차' 키워드가 언급된 횟수는 2024년 11월 약 4만 5천 건에서 2025년 10월 약 16만 2천 건으로 1년 만에 약 4배 증가했다.
이건 더 이상 '일본 음료'가 아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말차라는 초록빛 음료에 빠져들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말차라떼를 찾는 진짜 이유
말차라떼는 그냥 유행하는 음료가 아니다. 이 초록 음료 안에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커피에 지친 몸이 부드러운 각성을 찾기 시작했다. 하루에 아메리카노 서너 잔씩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속이 쓰리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카페인은 필요한데 커피는 부담스러운 순간. 말차라떼는 그 사이를 채워준다. 카페인은 들어있지만 커피보다 훨씬 부드럽게 깨어나게 해준다. 자극이 아니라 깨우는 느낌.
웰니스와 저속노화가 일상의 키워드가 됐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챙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거창한 보약이나 건강식품보다는, 매일 마시는 한 잔에 신경 쓴다. 말차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뭔가 몸에 좋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커피 대신 말차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조금 더 챙기는 기분이 든다.
SNS에 올리기 좋은 색감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연한 초록빛은 사진으로 찍어도 예쁘다. 갈색 커피와 달리, 말차라떼는 그 자체로 감성이 된다. 하얀 컵에 담긴 초록빛 그라데이션. 그 위에 올라간 거품. 사진 한 장이면 '오늘의 여유'가 완성된다. 틱톡에서 '말차 스필(Matcha Spill)' 챌린지가 유행하며 말차 열풍에 불을 지폈다. 말차 라떼를 쏟아 만든 초록색 배경에 자신의 아이템을 배치하는 이 챌린지는 젊은 세대의 감성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일본 감성과 느린 호흡을 원한다. 말차는 일본 다도 문화에서 출발했다. 그 이미지가 고스란히 음료에도 남아 있다. 바쁘게 들이켜는 커피와 달리, 말차라떼는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미니멀한 공간, 느린 음악, 여유로운 오후. 말차라떼 한 잔은 그런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내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다. 우유의 종류, 당도, 진하기까지 전부 내 마음대로다. 오늘은 달게, 내일은 덜 달게. 우유 대신 오트밀크로, 또는 두유로. 차갑게 마실지 따뜻하게 마실지도 선택이다. 말차라떼는 정답이 없는 음료다. 그래서 더 나다운 한 잔이 된다.
결국 말차라떼는 음료가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속도다. 조금 느리게, 조금 부드럽게, 나를 챙기면서.
말차라떼, 어떤 맛일까?
처음 말차라떼를 마셔본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어? 쓴데?" 하다가도, 곧 "그런데 고소해"라고 말한다. 첫 모금의 쌉싸름함이 지나고 나면, 뒤에 남는 건 부드러운 고소함이다. 우유의 단맛과 말차의 쓴맛이 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설탕이나 꿀을 넣어 달게 만들면 디저트처럼 느껴지고, 덜 달게 만들면 어른스러운 음료가 된다. 커피처럼 깔끔하게 깨우는 맛은 아니지만, 마시고 나면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위로형 맛'이라고 해야 할까. 자극하지 않지만 만족스럽다.
집에서 만드는 맛있는 말차라떼 홈 레시피
카페에서 사 먹는 말차라떼도 좋지만, 집에서 만들면 훨씬 더 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초보자도 실패 없이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기본 말차라떼 재료
- 말차 파우더 1~2g (티스푼으로 1작은술 정도)
- 따뜻한 물 30ml
- 우유 200ml
- 꿀 또는 설탕 (기호에 따라)
만드는 법
- 말차 가루는 체에 한 번 내려주는 게 좋다. 덩어리가 생기면 잘 안 풀린다.
- 컵에 말차 가루를 넣고, 따뜻한 물 30ml를 부어 거품기나 스푼으로 잘 풀어준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말차 향이 날아가니 70도 정도가 적당하다.
- 데운 우유를 부어 섞는다. 차갑게 마시고 싶다면 차가운 우유와 얼음을 넣으면 된다. 아이스로 만들 때는 얼음을 먼저 넣기보다 우유를 미리 차갑게 해두는 게 맛이 더 진하다.
- 단맛은 마지막에 조절한다. 꿀을 넣으면 부드럽고, 설탕을 넣으면 깔끔하다.
맛있게 만드는 팁
- 말차는 양보다 신선함이 중요하다. 개봉한 말차는 밀봉해서 냉장 보관하고, 빨리 소진하는 게 좋다.
- 우유는 일반 우유 말고도 오트밀크나 두유로 만들어도 맛있다. 오트밀크는 고소함을 더해주고, 두유는 깔끔한 맛을 준다.
- 아이스 말차라떼를 만들 때는 얼음을 많이 넣기보다, 우유 자체를 차갑게 해두는 게 훨씬 진하고 맛있다.
- 처음엔 말차 양을 적게 시작해서 내 입맛에 맞춰 점점 늘려가는 걸 추천한다.
커피 대신, 오늘은 말차라떼 한 잔 어때요?
KOTRA는 "말차가 단순한 유행 식재료가 아닌, 음료에서 디저트, 식사, 경험 콘텐츠까지 확장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소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말차는 이제 음료를 넘어 피자, 디저트, 파스타까지 진출하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고 있다.
말차라떼가 이렇게 사랑받는 건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다. 이 초록 음료 안에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리듬과 감정이 담겨 있다. 빠르게 달리다 잠시 멈춰 숨 고르는 순간. 나를 챙기는 작은 선택. 느리게 흐르는 오후의 여유.
전 세계가 동시에 말차에 빠진 이유는 명확하다. 이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싶은 방식의 반영이다. 건강하게, 여유롭게, 나답게. 말차라떼 한 잔에 이 모든 게 들어 있다.
오늘 하루도 바쁘게 흘러갔다면, 내일 아침은 커피 대신 말차라떼 한 잔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초록빛 여유가 하루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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