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날이 두렵다, 통장에 남는 게 없는 이유
월급날이 왔습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 '어? 생각보다 적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분명 작년보다 연봉은 올랐는데,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렀다가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 앞에 서면 더 확실해집니다. "뭐 이렇게 비싸?"
여러분도 이런 느낌, 받고 계시죠? 월급은 분명 오르는데 통장은 더 텅 비어가는 이 답답한 상황. 사실 이건 여러분의 지갑이 헐렁해서가 아닙니다. 최근 5년간 우리 월급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그리고 생활물가가 훨씬 빠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 답답함의 정체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 월급은 연평균 3.3%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3%나 올랐고, 사회보험료는 4.3% 상승했습니다. 전기·가스 같은 광열비는 아예 월급 인상률의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 즉 실수령액 증가율은 연평균 2.9%에 불과했습니다.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빠르게 늘어난 셈이죠. 오늘은 이 '유리지갑 근로자'의 현실을 숫자로 파헤쳐보고, 왜 우리는 매달 쪼들릴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5년간 우리 월급에 일어난 일 (한눈에 보기)



위 그래프를 보시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세가 9.3%로 압도적으로 높고, 실수령액 증가율은 겨우 2.9%에 불과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월급은 올랐는데 왜 더 쪼들리지?"라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
- 월급 증가: 352.7만 원 → 415.4만 원 (연평균 3.3%)
- 근로소득세 증가: 13.2만 원 → 20.5만 원 (연평균 9.3%)
- 사회보험료 증가: 31.7만 원 → 39.1만 원 (연평균 4.3%)
- 실수령액 증가: 307.9만 원 → 355.8만 원 (연평균 2.9%)
- 필수생계비 물가 상승: 연평균 3.9%
월급이 62만 7천 원 올랐지만, 실제로 손에 쥔 돈은 47만 9천 원만 늘었습니다. 그 차이인 14만 8천 원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증발했습니다. 여기에 물가까지 3.9% 올랐으니, 체감상으로는 실질소득이 거의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후퇴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더 충격적인 건 월급에서 공제되는 비율 자체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2020년에는 12.7%였는데, 2025년에는 14.3%로 1.6%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월급 400만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6만 4천 원이 추가로 더 빠져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세금이 월급보다 3배 빠르게 오르는 이유
여기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소득세입니다. 월급은 연평균 3.3% 오르는데, 소득세는 연평균 9.3%나 올랐습니다. 세율이 그렇게 급격하게 오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물가는 오르는데 과표 구간은 그대로
답은 소득세 과표 구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입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과세표준(과표)이 1,200만 원 이하면 6%, 1,200만 원 초과4,600만 원 이하면 15%, 4,600만 원 초과8,800만 원 이하면 24%... 이런 식으로 구간이 나뉩니다.
문제는 이 과표 구간이 물가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월급이 물가 상승만큼 올라도, 과표 구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2020년에 연봉 4,000만 원을 받던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사람은 15% 구간에 속했습니다. 5년간 물가와 함께 연봉이 조금씩 올라 2025년에는 4,700만 원을 받게 됐습니다. 연봉이 약 17.5% 올랐으니 나쁘지 않은 것 같죠?
하지만 과표 구간은 그대로입니다. 4,600만 원을 넘는 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24% 세율이 적용됩니다. 세율이 바뀐 게 아니라, 소득이 물가 상승에 맞춰 조금 오르기만 했는데도 자동으로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난 겁니다. 이를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우리말로는 '구간 밀림 효과' 또는 '자동 증세'라고 부릅니다.
세율은 그대로인데 세금은 더 내는 구조
이 구조가 바로 세금이 월급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핵심 이유입니다. 정부가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물가와 임금이 오르면 근로자들은 자동으로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죠.
실제로 체감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연봉 인상 소식을 듣고 기뻤는데, 첫 월급날 명세서를 보면 '어? 왜 세금이 이렇게 많이 빠져나가지?' 하는 경험 말이죠. 연봉이 5% 올랐는데 세금은 10% 넘게 오른 것 같은 느낌. 이게 바로 과표 구간 밀림 효과입니다.
물가연동제가 없는 나라, 대한민국
많은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과표 구간도 자동으로 조정되는 방식이죠.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과표 구간을 조정합니다. 물가가 3% 오르면 과표 구간도 3% 상향 조정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실질소득이 그대로인 근로자가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나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자동 조정 장치가 없습니다. 과표 구간은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할 때만 바뀝니다. 문제는 이게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은 물가가 오를 때마다 사실상 증세를 당하는 셈입니다.
직장인이 느끼는 현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결국 직장인들의 월급명세서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올해는 5% 인상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기뻤던 기억, 있으시죠? 하지만 실제 통장에 찍힌 실수령액을 보면 기대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더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더 답답한 건, 이게 투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근로소득세' '지방소득세' '건강보험' '국민연금'... 항목만 나열돼 있을 뿐, 왜 작년보다 공제액이 이렇게 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월급이 올랐으니 세금도 더 내는 거겠지' 하고 넘어가게 되죠.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월급이 올라서' 세금이 느는 게 아니라, 과표 구간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서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세율은 똑같은데 내가 내는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내 월급이 정말 많이 올라서가 아니라 물가 상승만큼 올랐을 뿐인데도 더 높은 과표 구간으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연봉을 올려도, 실질소득 증가율은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월급 오르는 속도보다 세금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니까요.
사회보험료 인상, 실수령액을 압박하는 또 다른 손
세금만 문제가 아닙니다. 매달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사회보험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이 네 가지를 묶어서 4대 보험이라고 부르죠. 우리가 사회 안전망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회보험료가 매년 꾸준히 오른다는 점입니다. 지난 5년간 사회보험료는 월 평균 31만 6,630원에서 39만 579원으로, 연평균 4.3% 증가했습니다. 월급 인상률(3.3%)보다 1%포인트 높습니다.
건강보험료, 왜 자꾸 오를까?
건강보험료는 5년간 연평균 5.1% 올랐습니다. 월급 인상률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입니다.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고령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연간 건강보험 진료비는 20~30대의 5배가 넘습니다.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커지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의료비 자체의 상승입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비싼 신약이나 첨단 치료가 늘어났습니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해야 하는 돈도 많아집니다.
세 번째는 보장성 확대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고,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정책들이죠. 이것 역시 좋은 방향이지만,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서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건강보험료율은 거의 매년 인상됩니다. 2020년에 6.67%였던 건강보험료율은 2025년 현재 7.09%입니다. 0.42%포인트 오른 건데, 이게 매달 월급명세서에서는 꽤 큰 금액으로 체감됩니다.
고용보험료, 가장 빠르게 오른 항목
고용보험료는 5년간 연평균 5.8%나 올랐습니다. 사회보험료 중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고용보험은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인데, 왜 이렇게 빠르게 오르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실업급여 지출 증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실업급여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또한 구직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한 번 받고 다시 취업했다가 또 실직해서 다시 받는 식이죠.
고용보험료율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9%씩 부담합니다(실업급여 기준). 작아 보이지만, 월급이 오르면 그만큼 보험료도 함께 오릅니다. 게다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보험료율을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상승률은 낮지만 부담은 크다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습니다. 5년간 연평균 3.3% 올랐는데, 이는 월급 인상률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부담스럽게 느껴질까요?
바로 절대 금액이 크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입니다(근로자 4.5%, 사업주 4.5%).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보다 훨씬 높죠. 월급이 400만 원이라면 국민연금으로만 매달 18만 원이 빠져나갑니다. 근로자 본인 부담분은 9만 원이고요.
문제는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 지속 가능성입니다. 현재 구조로는 2055년쯤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급여를 줄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연금개혁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보험료율이 오른다면? 이미 무거운 사회보험료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월급의 14% 이상이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가는데, 여기에 추가 부담이 생긴다면 실수령액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실수령액을 압박하는 구조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합치면 월급의 14.3%가 빠져나갑니다(2025년 기준). 5년 전에는 12.7%였으니, 비중이 1.6%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작아 보이지만, 월급이 400만 원이라면 약 6만 4천 원이 추가로 더 빠져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실수령액 증가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 "올해 연봉 5% 인상"이라고 발표해도, 실제로 통장에 더 들어오는 돈은 3%대에 그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가니까요.
여기에 물가까지 오르면 실질소득 증가율은 더욱 낮아집니다. 명목상으로는 월급이 올랐지만, 실제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쪼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직장인들이 느끼는 이 답답함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보험 제도 자체가 고령화와 재정 압박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현재 근로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사회보험은 필요한 제도입니다. 아플 때, 실직했을 때, 노후에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망이니까요. 하지만 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부담의 공평성은 확보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생활 속 체감, 필수생계비가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이유
세금과 사회보험료 문제만큼이나 우리 삶을 압박하는 건 바로 생활물가입니다. 실수령액이 조금 늘어났다 해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비용이 그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 체감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게 됩니다.
지난 5년간 필수생계비 물가는 연평균 3.9% 올랐습니다. 월급 인상률 3.3%보다 0.6%포인트 높습니다. 필수생계비란 전기·가스 같은 광열비, 식료품, 외식비, 교통비, 주거비처럼 우리가 선택의 여지 없이 꼭 지출해야 하는 항목들을 말합니다.
전기·가스, 두 배 이상 뛴 광열비
가장 충격적인 건 광열비입니다. 기타 연료 및 에너지는 연평균 10.6%, 가스는 7.8%, 전기는 6.8% 올랐습니다. 월급 인상률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겨울철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어? 작년보다 10만 원은 더 나왔네?" 이게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 정도로 오른 겁니다. 2020년 겨울과 2025년 겨울의 난방비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합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022년부터 연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됐습니다. 누진제 구조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을 틀면 요금 폭탄을 각오해야 하고, 겨울철 전기 난방을 쓰는 가정은 매달 청구서를 보고 한숨을 쉽니다.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이 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 정세 변화도 영향을 미쳤고요. 게다가 정부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면서 인상폭이 더 커졌습니다.
문제는 광열비는 줄일 수 없는 항목이라는 점입니다. 겨울에 난방을 안 할 수도 없고, 여름에 에어컨을 안 틀 수도 없습니다. 전기를 아예 쓰지 않고 살 수도 없고요. 결국 이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가계에 부담으로 남습니다.
장보기가 두려워진 이유: 식료품 물가
마트에 가는 게 두렵다는 말,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됩니다. 실제로 식료품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 과일(사과·귤·딸기 등): 연평균 8.7% 상승
- 가공식품(빵·우유 등): 연평균 5.0% 상승
- 축산물: 연평균 4.0% 상승
- 외식: 연평균 4.4% 상승
사과 한 알에 3,000원, 귤 한 봉지에 1만 원.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딸기는 아예 '금딸기'가 됐죠. 명절 때마다 과일 값 뉴스가 나오는 게 이제는 연중 행사가 됐습니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면, 과자, 빵, 우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 먹는 것들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말도 등장했죠.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겁니다. 과자 봉지를 뜯었을 때 "어? 예전보다 적네" 하는 느낌, 다들 받아보셨을 겁니다.
외식비도 부담스럽습니다. 연평균 4.4% 오른 외식비는 직장인들의 점심값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몇 년 전만 해도 6,000~7,0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백반이 이제는 9,000원, 1만 원을 넘어섭니다. 회식 한 번 하려면 1인당 3만 원은 기본이고요.
왜 식료품 물가는 이렇게 오를까?
식료품 물가 상승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첫째,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농작물 생산량이 불안정해졌습니다. 폭염, 폭우, 한파가 반복되면서 과일이나 채소의 작황이 나빠지고, 그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유통구조의 비효율입니다.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오는 과정에서 중간 유통 단계가 많고, 각 단계마다 마진이 붙습니다.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상... 거치는 단계마다 가격이 올라갑니다. 농민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데,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구조입니다.
셋째,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유류비가 오르면서 식료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비용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이 비용은 결국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넷째, 환율 변동입니다. 우리나라는 식료품 원재료를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밀, 옥수수, 대두 같은 곡물이 대표적이죠.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빵, 과자, 식용유 같은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생활 속 예시: 이렇게 체감됩니다
구체적인 예시로 체감해볼까요?
예시 1: 마트 장보기 2020년에 10만 원이면 장바구니 가득 담아올 수 있었던 물건들이, 2025년에는 12만 원은 있어야 비슷한 양을 살 수 있습니다. 같은 품목을 사는데 2만 원이 더 들어가는 겁니다. 한 달에 4번 장을 본다면, 한 달 식료품비가 8만 원 더 드는 셈입니다.
예시 2: 겨울 난방비 2020년 겨울, 30평대 아파트 한 달 난방비가 15만 원 정도였다면, 2025년 겨울에는 20만25만 원을 각오해야 합니다. 겨울 3개월이면 15만30만 원이 더 드는 겁니다.
예시 3: 직장인 점심값 2020년에 7,0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백반이 이제는 9,000원입니다. 하루 2,000원, 한 달 근무일 20일이면 4만 원이 더 듭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더해보면, 한 달에 최소 15만20만 원은 더 지출하게 됩니다. 1년이면 180만240만 원입니다. 월급이 연 5%씩 올라도, 이 생활물가 상승분을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필수생계비 23개 항목 중 17개가 월급 인상률 초과
보고서에 따르면 필수생계비 23개 품목 중 17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월급 인상률(3.3%)을 넘어섰습니다. 거의 대부분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항목들이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상승률이 낮은 항목도 있습니다. 주거비(1.2%)나 교통비(2.9%)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체감하기에 따라 다릅니다. 전세나 월세가 오른 경험이 있다면 주거비가 1.2%밖에 안 올랐다는 통계가 와닿지 않을 겁니다. 통계는 평균이고, 개인의 경험은 천차만별이니까요.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월급은 3.3% 오르는데, 살아가는 데 드는 돈은 3.9% 오른다는 것. 게다가 세금과 사회보험료까지 더 빠르게 오르니,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이러니 맘 편할 날이 없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통장은 늘 비어 있고 살림은 늘 빠듯합니다. 이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물가와 세금이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정책 제안과 나의 생각
그렇다면 이 답답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한국경제인협회는 보고서에서 몇 가지 정책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게 정말 실효성 있는 방법인지,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1. 소득세 과표 물가연동제 도입
가장 핵심적인 제안입니다. 소득세 과표 구간을 물가에 연동해서 자동으로 조정하자는 겁니다. 앞서 설명했듯, 지금은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 자동으로 더 높은 과표 구간으로 밀려나면서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걸 막기 위해 물가 상승률만큼 과표 구간도 함께 올리자는 아이디어죠.
예를 들어 물가가 3% 오르면, 과표 구간도 3% 상향 조정하는 겁니다. 1,200만 원 이하 구간은 1,236만 원 이하로, 4,600만 원 초과 구간은 4,738만 원 초과로 자동 조정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실질소득이 그대로인 사람이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나는 일이 없습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지금 구조에서는 정부가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물가만 오르면 자동으로 세수가 늘어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숨은 증세'를 당하는 셈이죠.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 이런 자동 증세 효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죠. 다만 문제는 세수 감소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동으로 늘어나던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재정 운영에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관점의 차이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물가 상승분을 보정받는 것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원래 걷지 말았어야 할 세금을 안 걷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질소득이 늘지 않았는데 세금만 더 내는 구조가 공평한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2. 소득세 면세자 비율 조정
한경협은 물가연동제 도입 시 세수가 감소할 우려가 있으니,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낮춰서 조세 기반을 넓히자고 제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3%입니다. 근로자 3명 중 1명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죠. 반면 일본은 16%, 호주는 17% 수준입니다.
면세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죠. 한경협은 면세자 비율을 15%대로 낮춰서, 더 많은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내는 구조로 바꾸자고 주장합니다.
이건 논쟁적인 제안입니다. 면세자 비율을 낮춘다는 건, 지금까지 세금을 내지 않던 저소득층도 세금을 내게 만든다는 의미니까요. 형평성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지만, 소득 재분배라는 조세의 기본 기능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면세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면세 기준이 실제 생계비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아니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기준이 합리적이라면 굳이 면세자를 줄일 필요는 없고, 오히려 고소득층의 세금 회피를 막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3. 사회보험 재정 효율화
사회보험료가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구직급여 반복 수급을 막고, 건강보험 과잉 진료를 줄이고, 국민연금의 지출 구조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모두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구직급여를 받고 다시 취업했다가 곧 그만두고 다시 받는 식의 반복 수급은 고용보험 재정에 부담을 줍니다. 과잉 진료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도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죠.
하지만 이건 실행이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구직급여 반복 수급을 막으려면 고용 시장 자체가 안정돼야 하고, 과잉 진료를 줄이려면 의료 전달 체계를 개편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미 수십 년간 논의만 계속되고 있죠. 방향은 맞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논의는 계속돼야 합니다. 보험료를 계속 올리기만 하면 근로자의 부담은 한없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보험료 인상과 재정 효율화, 급여 조정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4.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식료품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한경협은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상시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온라인 도매시장은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서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수수료도 낮고요.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생산자 → 산지 수집상 → 도매시장 → 중도매인 → 소매상 → 소비자. 이 과정에서 중간 마진이 계속 붙습니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면 이런 비효율을 줄일 수 있죠.
이건 실효성 있는 방안입니다. 실제로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직거래 장터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같은 농산물을 마트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법제화해서 상시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모든 식료품 물가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기후변화, 국제 곡물 가격, 환율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 즉 유통구조만이라도 효율화한다면 체감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5. 나의 생각: 실수령액이 실제로 늘어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 모든 제안을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입니다. 근로자의 실수령액이 실제로 늘어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 명목 임금만 올려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더 빠르게 오르고,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결국 체감 소득은 줄어듭니다.
정부는 매년 "근로자 임금이 몇 % 올랐다"는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그래서 뭐? 통장엔 남는 게 없는데"라고 반응합니다. 이 괴리를 메우려면 실수령액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물가연동제는 좋은 출발점입니다. 세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막는 것만으로도 근로자들은 숨통이 트일 겁니다. 사회보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정 효율화를 통해 보험료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실수령액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물가는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유통구조 개선, 기후 변화 대응, 국제 가격 변동에 대한 대비... 모두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공평성이 있어야 합니다. 세금을 더 걷더라도, 사회보험료를 올리더라도, 그 부담이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고소득층은 적정한 세금을 내고 있는가? 탈세나 회피는 제대로 막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지 않으면, 근로자들의 불만은 계속될 겁니다.
근로자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냥 열심히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고, 그 돈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월급이 조금 올랐을 때 "이번 달은 좀 여유롭겠네"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결론: 왜 우리는 매년 더 쪼들릴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그 이유가 명확해졌을 겁니다. 우리가 매년 더 쪼들리는 이유는 월급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그리고 생활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월급은 연평균 3.3% 올랐지만, 근로소득세는 9.3%, 사회보험료는 4.3%, 필수생계비 물가는 3.9% 올랐습니다. 실수령액 증가율은 2.9%에 불과했고요. 숫자로만 봐도 답답한 현실입니다.
소득세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과표 구간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서입니다. 월급이 물가만큼 오르면 자동으로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나는 구조죠. 사회보험료는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실업급여 지출 증가 등으로 매년 인상됩니다. 생활물가는 기후변화, 유통구조 비효율, 국제 가격 변동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오릅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근로자의 실수령액이 실제로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사회보험 재정 효율화, 유통구조 개선...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과제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러니 맘 편할 날이 없지"라는 말만 반복하게 될 겁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이 숫자들이 통계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일매일의 현실입니다.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체감하는 무게입니다.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 변화도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이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여러분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크게 오른 항목이 뭐였나요?
전기요금인가요, 가스 요금인가요? 아니면 장보기 비용이나 외식비인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우리가 함께 이야기할수록, 이 문제는 더 명확해지고 해결의 실마리도 보일 겁니다.
월급은 오르는데 통장은 늘 비어 있는 이 답답한 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목소리를 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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