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오피스의 진화, 한국판 '긴자 스타벅스'는 나올 수 있을까?
긴자 스타벅스처럼,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공유오피스가 한국에도 있을까요?
도쿄 긴자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닙니다.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SNS에 인증샷을 남기며, 그 공간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죠. 커피 한 잔을 넘어선 '공간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일하는 공간은 어떨까요? 공유오피스는 여전히 '비용을 아끼려고 가는 곳', '혼자 일하기 외로워서 가는 곳'일까요? 아니면 이제 무언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 걸까요?
최근 한국의 공유오피스들은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유오피스는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했는지' 보여주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유오피스가 변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한국에 공유오피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높은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프리랜서나 스타트업이 사무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실용성이 전부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런 접근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단순히 책상과 의자, 회의실만 제공하는 공간에서는 차별화가 불가능했고, 이용자들은 '그냥 조용한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리모트 워크가 일상화되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선 무언가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영감을 주는 공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 휴식과 집중이 공존하는 공간. 공유오피스는 점점 카페처럼, 호텔 라운지처럼, 때로는 문화 공간처럼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공유오피스 트렌드는 분명합니다. 기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긴자 스타벅스가 상징이 된 이유

긴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단순히 '예쁜 공간'으로 이해하면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브랜드의 철학, 도시의 맥락, 그리고 방문자의 경험이 완벽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입니다.
4층 규모의 이 공간은 1층에서 커피 로스팅 과정을 관찰할 수 있고,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바, 라운지, 티바나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 문화 전체를 체험하는 공간이죠. 긴자라는 프리미엄 상권의 정체성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간이 콘텐츠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커피만 마시러 가지 않습니다. 그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경험을 소비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친구에게 추천하고, 다시 방문하고 싶어합니다.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는 순간, 새로운 가치가 탄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공유오피스가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한국형 '긴자 스타벅스급' 공유오피스 사례
그렇다면 한국에는 이런 공간이 전혀 없을까요? 완성형은 아니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전국 60개 지점을 운영하며 한국 공유오피스의 대중화를 이끈 브랜드입니다. 이들의 진짜 혁신은 규모가 아니라 '사무실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에 들어서면 사무실이라는 느낌보다 감각적인 카페 라운지, 혹은 호텔 로비에 온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따뜻한 조명, 편안한 소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음료 바,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 '출근'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만큼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공간입니다. 성수 시그니처처럼 플래그십 지점은 더욱 감각적이지만, 어느 지점을 가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가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성수 소셜벤처밸리에 2개 지점을 운영하며 공유오피스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좌석을 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기업과 크리에이터 중심의 '커뮤니티 오피스'를 지향합니다. 소셜벤처, 스타트업, 비영리단체 등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모이고, 정기적인 네트워킹 이벤트, 멘토링, 토크 세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가치+커뮤니티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복합적 공간으로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업무를 하면서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협업이 자연스럽게 싹트는 구조입니다. 긴자 스타벅스가 커피 문화의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했다면, 헤이그라운드는 '임팩트'라는 철학을 공간으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공간의 물리적 디자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관계'와 '방향성' 자체가 이 공간의 정체성이 됩니다.


아직 한국에 없는 것, 그리고 곧 등장할 모습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 한국에는 '관광객도 일부러 찾아오는' 수준의 공유오피스는 없습니다. 긴자 스타벅스처럼 공간 자체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업무 목적이 아닌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곳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죠.
그렇다면 한국형 긴자 스타벅스급 공유오피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첫째, 일하는 공간과 문화 공간의 경계가 사라져야 합니다. 1층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갤러리나 북카페, 2층은 라운지와 공유 오피스, 3층은 프라이빗 스튜디오와 촬영 공간이 결합된 형태. 일과 전시, 휴식과 네트워킹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복합 공간 말이죠.
둘째, 지역의 정체성과 깊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성수동이라면 제조업의 역사와 현대적 감성이 만나는 지점을, 을지로라면 인쇄소 골목의 아날로그 정서와 디지털 노마드의 라이프스타일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아내야 합니다. 공간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하나의 '장면'이 되는 것이죠.
셋째, 방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특별한 건축 구조, 옥상 정원, 시그니처 음료나 메뉴, 정기적인 문화 프로그램 등. 단순히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거기 가봤어?'라는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성수동과 을지로는 이런 실험이 가능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미 젊은 창작자들이 모이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곳이니까요. 공유오피스 미래는 이곳에서 먼저 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하는 장소가 아닌, 선택한 삶을 보여주는 공간
공유오피스는 이제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어떤 삶을 선택했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집과 회사의 이분법이 무너진 시대, 우리는 제3의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그 공간은 단순히 와이파이와 콘센트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영감을 주고, 사람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곳이어야 합니다.
한국의 공유오피스는 지금 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능에서 경험으로, 공간에서 문화로, 임대에서 소속감으로. 일하는 공간의 변화는 결국 우리가 일을 대하는 태도, 삶을 구성하는 방식의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공간에서 일하고 싶은가요?
단순히 책상과 의자가 놓인 곳이 아니라, 당신의 하루를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줄 공간. 그곳이 어디든,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그 공간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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